명품 세종시 건설 역행하는 수상한 육교 설치

LH세종본부 마음대로 하는 세종시 건설인가?

▲ 가재마을 7단지 주민 집단민원으로 갈등이 불거진 나래초 보행데크 민원 조감도(LH 조감도)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김부유 기자= 세종특별자치시(시장 이춘희) 아름동(범지기마을 4단지)과 종촌동(가재마을 7단지)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나래초등학교 통학로를 구실로 LH 세종본부에서 주민들과 소통 없이 육교 설치를 강행하려 한데서 발생했다.

LH 세종본부(이하 LH) 측의 육교건설 추진경위를 보면 지난해 11월 행복도시내 초등학교 주변 공공입체보행시설 설치기준을 수립했다.

이후 LH 사업계획1부-2415(‘15.11.02)에 따라 온빛초등학교, 나래초등학교, 미르초등학교를 설치대상으로 선정했다.

대상지를 선정한 이후 올해 1월에 자재·공법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월에는 세종시교육청·행복도시건설청·세종시청·나래초등학교·가재마을 7단지 등과 육교 설치와 관련한 일들을 매우 신속하게 협의했다.

▲ 나래초 보행데크 설치는 이해찬의원의 공약이었다.

또한, 당시 이 과정에서 가재마을 7단지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이해찬 의원실은 LH 측에 육교설치에 관한 협의를 했다고 한다. 물론 LH 관계자 P모 직원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해찬 의원으로부터 일체의 강압이 없었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집단민원을 대신해 육교 설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해찬 의원은 국토부와 행복청 소관 업무기관인 LH 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권을 가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해찬 의원실로부터 육교 설치를 요청받은 LH는 지난 5월에 육교 설치 설계에 착수해 9월에 설계를 완료하고 10월에 착공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육교의 효율성과 도시경관과의 조화였다. 여기에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예산이 수십억 원이 들어가기도 한다.(주민들 주장 26억 원, LH 주장 16억 원 정도)

정부는 물론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육교 이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육교를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사용하기에 많은 불편이 있고 시민들의 이용률이 적다 보니 각종 쓰레기와 광고물로 도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있는 육교마저 철거하고 있는데, 하물며 국가예산으로 만드는 명품 세종시에서, 그것도 도로 폭이 좁고 전체 동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신도시에서 여기저기 육교를 만들어 전체 도시 경관을 해치는 건설 행태는 녹색도시 세종시의 건설기조와 역행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 나래초 연결 보행데크 건설공사는 국회의원이 특정한 개별단지를 위해 소수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 주는 것으로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민원이 반영된 설계 평면도라고 LH 측이 제시한 자료임)

범지기 마을 4단지 육교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신재은 부녀회장 등이 육교설치에 분노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LH 측은 육교설치와 관련해 범지기 아파트 단지에 함께 있는 나래초등학교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하는 공사계획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범지기 4단지 주민들을 철저하게 소외시켰다"며 "정작 육교 입구가 설치되는 범지기 4단지 주민들은 누구도 육교 설치 계획을 몰랐다는 점에서 더욱 분개하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 범지기 4단지 육교설치 반대의견서

이들은 또 "가재마을 7단지는 당초 분양이 되던 시기에 공무원 70%, 일반 30%로 특별 분양을 해 아파트 실 소유자들이 정부청사 공무원들이 많다"며 "육교설치 과정에서 이해찬 의원이 집단민원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하지만 당초 육교설치에 부정적이던 행복청과 LH가 육교설치에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나선 것은 청사 공무원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LH가 육교 설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욱 이상한 점은 지난 2014년 7월에 먼저 입주한 범지기 4단지를 배제하고 11월에 입주한 가재마을 7단지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14.11.20)하고 당초에는 불가 입장이었다가 1년이 지난 2015년 11월에 설치기준을 수립했다는 점이다.

또한, 육교 건설과 관련해 올해 초부터 수차례 관계기관과 협의가 있었지만 유독 범지기 4단지와는 전혀 협의하지 않는 채 육교설치 준비를 완료했다는 점에서 "LH의 설계과정과 국비확보 절차는 물론 관련 기관의 회의내용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추진절차 경위에 대한 검증 절차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 범지기 4단지 주민들의 의견이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육교설치 과정의 불투명과 공정하지 않은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육교설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무효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현재 나래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는 1200여 명이 넘어섰고, 그중 가재마을 학생 수는 387명으로 알려졌다.

범지기 마을 4단지 주민들은 "육교설치는 장·단점이 있지만 가재마을 7단지와 범지기 마을 4단지 사이 도로는 왕복 4차선에 100M 정도의 길이에 불과하다"며 "육교설치는 오히려 오르막 차선과 내리막길에 대한 위험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재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명품도시 세종시는 친환경 녹색도시를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전봇대 없는 도시, 쓰레기통 없는 도시, 육교 없는 도시, 주거지를 나서면 바로 녹색환경이 반기는 꿈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은 세종시 건설에 막대한 국비를 투입하고 있다.

▲ 늦은밤까지 범지기 4단지 부녀회원들과 주민들이 밀실행정으로 육교를 건설하는 관련 기관에 대한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의 뜻에 따라, 일부 국가공무원들의 입김에 따라 국비를 집행하는 세종시가 아닌 전체 주민의 생각들을 모아 투명한 행정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그런 명품도시가 되길 바라는 주민의 뜻과 달리 '수상한 건설행정을 집행하는 LH 세종특별본부'의 특혜성 육교설치는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이날 육교설치에 반대하는 주민 L 씨는 "세종시 신도심 지역은 늘어나는 인구와 학생수에 비해 학교가 매우 부족하다"면서 "명품교육을 기대하고 세종시로 이주해 오는 많은 학부모는 과밀학급 해소와 안전한 통학로가 필요하다"며 "주민 갈등 불러오는 육교가 아닌, LH에 학교부지 공급을 늘리고 부족한 학교를 더 만들어주길 세종시장과 교육감 및 국회의원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행정중심도시 세종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교육대책을 세우는 권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과 시장, 교육감이 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소망을 외면하고 세종시 안에서 일부 주민들의 집단민원을 대신해 조그만 동네 민원을 해결하는 권력이 아닌 세종시 전체의 발전을 위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고 했다.

김부유 기자  rokmc4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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