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차면 가을이 온다

사수영(대한민국명품강사1000인회 강사)

▲ 사수영 강사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여름이 이제 끝났음을 어느 한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햇볕이 쨍쨍하던 휴일 오후, 하늘이 더 파래지고 구름이 더 몽글몽글해진 것이 보였다.

아니,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볕이 덜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바람이 변하고 강물이 차분해지더니 지금은 비가 온다. 여름이 다하고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이 오고 이제는 겨울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다.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는 뜻이다. 궁(窮)을 <막히다, 어려움을 겪다>로 대부분 해석하지만 <다하다, 극에 달하다>는 정점에 이른 상태로 풀이하기도 한다. 나는 ‘궁즉변’의 의미를 어떤 것이든 가득 차면 반드시 변화가 찾아온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나는 어린 딸들을 참으로 힘들게 한 엄마였다. 원인과 결과라는 논리에 갇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원인을 찾아내어 바꿔야 한다고 질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 아이의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싸울 때면 “세상에서 네가 바꿀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야. 네가 바뀌면 너의 세상도 바뀌는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조급해한다고 빨리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늘을 날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순간, 누가 느릿느릿 걸어가고만 있겠는가."라는 헬렌 켈러의 말을 기억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이가 하늘을 날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어야 했다. 결과적인 행동만을 학습시키려 애쓰며 흘려버린 그 시간이 너무도 미안하다. 이제는 나의 아이들을 기다린다. 이제부터라도 다양한 경험 속에서 그들의 마음이 희망과 의지로 가득 차기를 기도하며 응원한다.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간다. 붙잡으려 해도 잡을 수가 없는 것이 시간이다. 이런 진리를 알면서도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대해 급하게 서두르고 아쉬워한다. 여름이 차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 이런 진리에 역행하지 않는 기다림과 여유를 갖고 싶다.

신길수  openc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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