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개인의 생활 습관 외에도 다양한 요인과 관련돼

민주 시민 교육에 집중하는 핀란드 교육정책 참고해야

▲ 필자 김지학(보건교사)

[서울=세종인뉴스] 김지학 칼럼니스트= 흔히 건강해지려면 좋은 음식을 잘 먹고, 잘 쉬며, 꾸준히 운동하며, 즐겁게 생활하는 등 개인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건강은 철저하게 개인적 노력과 관련됐다고 배워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가 거듭될수록 건강은 개인의 생활 습관 이외에도 다양한 영향 요인과 관련이 돼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주 선거를 앞두고 한 일간지에 선거가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칼럼이 실렸다. 보건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언급하면 좋겠다 싶어 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려고 구글 검색을 하다가 한 비영리단체에서 선거가 건강에 좋은 다섯 가지 이유를 간추린 자료를 찾았다.

첫째, 선거는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킨다. 선거는 우리의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키고, 사회적으로 긴밀한 관계 속에 있다는 느낌은 높은 삶의 질, 장수와 관련되어 있다.

둘째, 투표율과 주관적 건강이 관련이 있다. 실제로 2001년 연구에 따르면 투표율이 낮은 지역에서 사는 사람이 주관적 건강, 즉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건강에 대하여 더 취약하거나 나쁘다고 말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선거는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위기에 놓인 사람 중에는 선거가 스트레스를 낮추거나 심지어는 미래의 정신 건강 조건들까지 회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넷째, 아이들에게 선거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투표를 직접 할 수 없지만, 부모의 투표를 통해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이슈에 대한 대화에 참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가 다른 이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선거에 참여하는지 배울 수 있으며,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들이 좀 더 비판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들과 소통 양식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다섯째, 정치적 활동이 웰빙과 삶의 만족을 신장시켜준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더 큰 웰빙과 삶의 만족을 준다는 연구가 그 근거로 제시되었다.

지난주 건강증진반 동아리 활동을 하기 전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보는 활동을 하게 했다. 28명 중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의견을 적어내 깜짝 놀랐다. 그 이유로 식사를 제때 못하고, 숙제 하느라 잠을 잘 못 자며, 쉬는 시간이 부족해 늘 피로하다는 의견을 꼽았다.

선거가 건강에 좋은 이유를 찾아보면서, 아이들에게 잘 먹고, 잘 쉬고, 잘 운동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대신 핀란드처럼 아이들이 직접 학교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그 문제점을 시정해보려고 대안을 찾아보고, 이를 의결해 정책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아이들의 답변이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해 봤다.

후쿠다 세이지 교수의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는 민주 시민 교육에 집중하는 핀란드 교육의 정책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헬싱키 시는 학생 대표들이 매년 5월이 되면 시의회 회의장에 모인다고 한다. 그 전에 각 학교마다 안건을 제안하게 되는데, 이를 모아 시의회 회의장에서 심의하는 것이다. 심의 후 안건이 통과되면 가급적 시정에 직접 그 결과를 반영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생조차도 학교의 학칙이 어떻게 제정되는지, 어떤 조항이 있는지 모르는데, 핀란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민주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직접 현장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지를 세우기 위해 왜 그 제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무엇을 보완하고, 누구에게 조언을 받아야 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면서 전략적이고 실제적인 사고를 하도록 배우는 것이다.

핀란드 아이들에게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사뭇 궁금해진다. 핀란드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주관적 건강이 나쁘다고 말할까.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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