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교과 거저먹기, 법적 직무 위반, 국고 낭비 초래하며

‘보건과목의 안전, CPR교육을 체육교과 전담’으로 바꾸는 교육과정 개정은 학생 건강 위협, 원점 재 논의해야

9.11자 연합뉴스, 머니투데이 등 교육과정개정 관련 기사에 의하면, 교육부가 보건에서 다루던 안전교육, CPR교육을 체육에서 전담하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타교과 거저먹기, 법적 직무 위반과 국고 낭비를 국민들이 막아주십시오.

최대의 개악입니다.

2. 교육과정을 원점에서 재 논의해야 합니다.

3. 투명한 교육과정 개정 논의를 위해 ‘공정한 논의기구’를 설치하여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쟁점토론이 이루어지게 해야 합니다.

1. 가장 인간적이고 약자를 배려해야 할 교육계에서, 수십 년 간 소중하게 일구어온 성과를 타 교과에서 거저먹도록 부추키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

보건교사들은 1987년 이래, 교육부의 보건교육지침으로 흡연, 음주, 약물오남용 예방,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 교육을 담당해 왔으며, 교육경험을 살려 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육방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럼에도 체육의 보건 편을 가르치도록 하는 불투명한 일이 계속되어 2007년 국회가 3년간 10여7차례 논의 끝에, 학교보건법을 개정하여 2009년부터 보건교사에 의한 보건교육이 의무화되고, 교육부가 보건교과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수십년의 피땀어린 보건교사들의 성과를 순식간에 타 교과가 거저먹도록 부추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2. 이는 필연적으로 법적 직무에 혼선을 초래할 것입니다.

개정 학교보건법 제9조, 제9조의2, 제15조에는,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며(학생의 신체발달 및 체력증진, 질병의 치료와 예방, 음주·흡연과 약물 오용(誤用)·남용(濫用)의 예방, 성교육, 정신건강 증진,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에 관한 보건교육), 이러한 보건교육을 보건교사의 법적 직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부(혹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이하 국개연)가 안전교육을 내세워 CPR등의 보건교육을 알림문서인 고시로 체육에서 가르치게 한 것은 향후 법적 직무에 엄청난 혼선을 초래할 것입니다. 법률을 지키려는 보건교사는 체육 수업을 해야 하는 것입니까?

3. 또한, 국고 낭비, 전문성 훼손과 국가 정책의 신뢰를 뒤집는 일이 될 것이며, 학생들이, 나아가 국민들이 입을 피해는 막대합니다.

이미 2009교육과정 개정 시 교육부는 보건과 안전을 통합하여 보건교과에서 CPR을 포함한 응급처치교육을 담당하도록 하였고, 의료인이자 전공자인 보건교사가 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별도로 체육교사에게 연수를 하여 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국고를 낭비하는 일이자 각 영역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입니다. 마치 직업군인 대신 민간인을 몇 달 교육하여 전투에 투입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국민의 몫일 것입니다. 이는 꼭 수학교사가 국어를 가르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4. 체육은 체육답게, 보건은 보건답게 하고, 과거로 회귀하여 교육과정의 파행이 되지 않게 막아 주십시오.

과거에 체육의 보건 편을 사실상 보건교사가 가르치게 하면서, 그만큼의 시수에 해당하는 체육과 교사 T.O를 유지하게 함으로써(수업은 보건교사가, 교과의 권한은 체육교사가) 일선학교에서 교육과정의 파행과 교사간 갈등이 심각했으며, 일회성, 형식적 보건교육이 횡행하게 되었던바, 이에 국회가 나서서 학교보건법을 개정하여 보건교육을 의무화하고 보건교과가 도입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또다시 아무 대안도 없이 그 옛날로 회귀하게 하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 이는 학교 및 교육청 조직체계상 보건교사가 체육부 소속으로, 체육부장 및 과장의 관할 하에 있는 역학구도에서 부당하고 불투명한 일을 반복하게 할 것입니다. 일각에서 ‘보건실 공백’을 내세우지만 보조 인력을 배치하거나 학교조직을 재편하여 대안을 세울 수 있는 일입니다. 백보 양보하여 그런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절대로 보건교사에게는 일체의 교육을 하지 않게 엄중한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즉, 형식상 체육교사가 가르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보건교사에게 떠넘기는 관행에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하며, 양성과정에서 체육교사가 간호사인 보건교사가 받는 교육을 받게 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최소 6년은 걸려야 할 것입니다.)

5. 이해당사자의 공정한 협의 절차 없이, 밀실에서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이렇게 중대한 결정을 함부로 내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미 교육부의 교육과정에 보건교육과정이 있고, CPR(심폐소생술)도 안전도 「보건」에 포함되어 있는데 (교육부가 2009교육과정을 개정하며 보건과 안전을 통합하도록 함), 하루아침에 그 어떤 합리적인 협의 절차도 없이, 밀실에서 로비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이렇게 중대한 결정을 함부로 내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몇 번이고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고,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들에게 의견을 제출했고, 토론회에서 플로어 발언, 형식적 발언도 했지만 이렇다 할 쟁점 토론 한번 공개적으로 할 수 없었고, 토론회 자료에는 주장의 근거조차 제대로 올라 본적이 없습니다.

6. 교육과정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되, 공정한 논의기구를 통하여 합리적인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엄중하게 조치해 주십시오

이번 교육과정을 논의하며 ‘법률’이나 ‘국회’가 아닌 교육적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어 왔는데, 교육적 결정은 학생들의 삶에 얼마나 필요하고도 유익한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몇몇 영향력 있는 교과 전문가들을 위주로 ‘그들만의 리그’를 허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논의 중인 교육과정을 원점으로 돌리고, 재논의하도록 해 주십시오, 그리고 공정한 논의기구를 통해, 널리 공개적으로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엄중하게 조치해 주십시오.

<교육부의 2009교육과정 고시 중 보건교육과정 내용>

2014. 9. 12.

이사장 우옥영, 수석대표 조순희

공동대표 유남숙, 신미수, 김종림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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